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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동심

                                                                                                                                                                                                       박순자

 

     몇년만인가?  오늘은 독일마을로 단풍 놀이하는 날이다.  모처럼 모두가 가을 나들이의 흥분을 마음속으로 차곡차곡 저축해 두는 것 같다. 

     삼 학년에서 팔 학년까지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풍 버스를 기다린다.  제가끔 멋진 모자를 쓰고 백팩도 메고, 고운 단풍에 어울리는 옷차림새도 눈부시다.  벌써 은은히 가을의 향기가  풍겨 분위기는 고조되고 천고마비의 계절을 실감케 한다.  

    드디어, 빨강 색으로 말끔하게 화장을 한 소풍 버스가 도착 했다.  친구 손을 잡고 짝지어 자리 잡은 우리에게 저 학년 학생들의  극진한 섬김이 시작되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삶은 달걀 과일, 달달한 군것질을 봉투에 담아 한 사람씩 인사하며 건네주었다.  사실, 미국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바쁜가?  그런데도 짬을 내어 코스트를 치룬 봉사자들의 사랑에 무언으로나마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사의 박수를 맘껏 치고 있었다.  학교측에서 학생들의 노고를 덜기 위해 일일히 마련한 간식으로 즐기니, 가을의 잔칫상에  공짜로 초대된 기분이었다. 

     전날의 일기예보는  온종일 비가온다고 했다.  그러나 는개는 시야에 펼쳐진 오색 빛 이파리들의 퍼레이드로 벗겨지고, 파란 하늘이 구름 사이로 방긋 웃으며 인사를 했다.  버스 안에서는 윤 장로님의 재치와 애교스런 사회로 흘러간 노래를 함께 불렀고, 장로님의 깜짝쇼에 기대하지 않았던 웃음꽃으로 왁자지껄한 즐거움에 학년을 잊게했다.  그리고 자기 소개와 노래 솜씨로 자신을 알리는 시간을 갖도록 지시한 장로님의 명사회가 우리들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한 사람씩 소개와 노래 솜씨는 세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하나되어 부르는 노랫가락에 흘러간 시간을  멈추는 듯했다.  장로님은 만든 규율대로 지시 하시다가도, 아름다운 가을 풍취로 그려논 그림의 산허리를 막 지나가게 되면 “ 여러분,  지금 창 밖을 보세요! 가을이 불타고 있어요.” 하신다.  학생들은 “와!” 탄성을 지르며 저마다 차창 밖의 단풍을 카메라로, 혹은 눈으로 찍느라 몰두했다.  산등성이나 굽이치는 개울가에 타고있는 오색 찬란한 빛은 ‘ 아!  가을이구나’ 절감케 했다.

     구불구불한 산 자락을 돌 때는 “ 조심해서  마이크 앞으로 걸어 나오세요.  자, 다시 자기 소개 계속 이어집시다. “  장로님은 재촉하셨다.  칠, 팔 학년의 재롱은 점잖은 삼, 사 학년의 학생들을 능가했다.  얌전한 고 학년 학생님의  차례가 있었다.  “ 예수 나를 오라카네,   예수 나를 오라 카이.  내캉 니캉,  니캉 내캉 함께 오라 카네”  하는 노래에 우리는 박장대소했다. 이렇게 구수한 흘러간 노래와 세대 차이의 음정에  장단 맟추며 어울린  우리들은 나이를 잠깐 잊은 시간이었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했다.  갑자기 날씨가 컴컴해지더니 비가 쏟아질 듯했다.  공원에 자리잡은 쉼터가 있어 그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각자 도시락을 받아 우중충한 날씨를 벗삼아 먹는 점심이지만 꿀 맛 같았다.  어떻게 운반했는지,  뜨뜻한 된장국에 먹는 점심은 잠깐 추위에 움추렸던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  호수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이 옷깃을 세우게  했으나 코에 와 닿는 바람은 싱그럽고 신선하기만 했다.  산보도 하고 사진 촬영도 하고, 피크닉 절정의 기분을 만끽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독일마을 중심지역에는 행사가 있어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독일의 민속촌을 연상시키듯 독일 고유의 고전 옷을 입은 남녀가 가끔씩 눈에 띄었다.  그들의 축제가 있는 날이니, 한껏 민속 잔치를 베풀고 전통을 이어 가겠지!   라고 생각되니 고국의 그리움이 뇌리를 스쳤다.  우리가 사는 이 땅 어딘가에  우리나라의 민속촌도 있어 자랑스런 한국인의 모습을 알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램이 순간적으로 마음을 착잡케했다.

     한 시간의 자유시간은 너무 짧았다.  잠깐의 눈요기로 맛보듯,바쁘게 걸음을 재촉했다.  독일 냄새로 가득한 동네에서 스타벅스 간판을 보게되니 옛 친구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그 곳에 들어가 커피와 함께 독일마을의 풍치를 접목시키니 나 자신 시인의 감정이 되어 커피향에 더 푹 빠지는 듯했다. 

     삼삼 오오 커피숍으로 모여드는 우리 학생들의 마음은 어쩌면 서로 통하는 정의 귀중함이었으리라. 

     오후 두 시 소풍 버스에  올라 탔다.  멋쟁이 흑인 여자 운전수가 “하이!” 반겼다.  운전수가 여성이라 그럴까?  얌전하고 , 안전하게 운전 솜씨를 보여 주었다.  집으로 돌아 오는 중에도 윤 장로님의 윗트있는 사회가 이어졌다.  자기 소개를 못한 나머지 학생들의 차례를 그냥 넘어갈 리가 없는 장로님의 배려있는 요구였다. 

이렇게 저  학년 부터 고 학년에 이르기까지 노래며, 조리있게 말하는 달변가로서  손색이 없는 학생들은 분명 실버대학의 보배요, 우수한 학생들임에 틀림없다.  자화자찬이라 해도 오늘 하루는 엔돌핀으로 꽉찬 그야말로 새 에너지를 채운 즐거운 시간이었다. 

     소풍 버스는 형제교회 앞에 우리를 안전하게 내려 주었다.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고마운 여 운전수에게 사랑의 포옹으로 감사를 표시했다.   

     실버대학에 관계된  많은 분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황혼 학생들과 섬김이들이, 동심이 되어 기쁨을 함께 공유하게 되었음에 감사함으로 꽉 채운 하루였다. 

     비록 늦깍이의 삶을 살고 있지만, 나 또한 이웃을 위해 섬김의 자세로 겸허히 살게되기를 바라는 마음, 도전의 계기가 되었음에 산 경험이었다.

There is 1 comment.

철쭉

즐거운 소풍이였습니다. 추억에 남는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안, 건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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