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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망울속의 단풍잎

                                                                                                                                                                         한지나

 

   이른 아침 조금은 달뜬 얼굴들, 새벽이슬 머금은 미소를 지으며 하나 둘 교회로 모여든다. 

오늘은 HJI학생들이 Leavenworth로 가을 소풍 가는 날이다. 빨강,노랑,초록,주황, 울긋불긋 고운 색깔들의 옷에서 벌써 단풍내음이 난다.

 

  사십여명의 인원 파악을 끝낸 윤호병 장로님의 인솔하에 우리는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싣고 미끄러 지듯 주차장을 벗어난다. 밖에는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차창에 기댄 느슨한 빗방울들은 부러운 듯이 연신 안을 엿본다.

 

  버스는 2번 주도를 달리고 있다. 이길은 손 꼽히는 단풍길이다. Gold Bar를 지나면 높은 산들이 나타나고, 길 양쪽으로 늘어선 기암절벽 사이에 빼곡이 들어찬 나무들, 여름에는 울창한 초록숲으로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고 가을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갖가지 고운색으로 치장한 나뭇잎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길은 아이들이 어렸을때 주말이나 연휴가 되면 캠핑도구 챙겨들고 부지런히 다녔던 추억이 아스라히 떠오른다.

 

  얼마를 달렸을까? 버스가 Stevens Pass언덕을 올라가면서 산봉우리 아래 군락으로 피어있는 화려한색의 단풍꽃밭들이 두팔벌려 환호하며 우리를 반겨 준다. 여기 저기에서 탄성이 절로 나오고 셔터 누르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한쪽에는 꽃밭위로 오색 왕관이 영롱 하다. 산을 넘던 무지개가 산허리에 걸려 꽃으로 피어있다. 비 오는날, 덤으로 얻은 아름다운 볼거리다. 오묘한 창조주의 걸작이다.

 

     한잎 두잎 나뭇잎이

     낮은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것이 많다는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곳에 있는지를

                                      (안도현   가을엽서  전문)

,

단풍에 취하여 Stevens Pass를 넘어오니 또다른 풍경이 우리를 맞이한다. 큰 재를 하나 넘은것 뿐인데 부슬비 뿌리던 날씨는 활짝 개어 파아란 하늘에 햇살이 따갑게 다가오며 자연스레 우리의 겉옷을 벗겨 낸다.

 

우리는 공원안에 있는 웨나치 호수옆의 아름다운 장소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풍광은 좋았지만 바람이 좀 쎄게 불어와 약간 으슬으슬했다, 그때 도시락과 함께 등장한 된장국은 백미였다. 차안에서도 갖가지 간식으로 우리 입을 즐겁게 해 주었는데…  준비하느라 수고한 여러 손길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따뜻한 된장국과 함께 푸짐한 점심을 호숫가에 부는 바람과 예쁘게 물든 단풍과 함께 먹었다. 세심한 배려 덕분에 속이 훈훈해졌다. 식사가 끝난뒤 호숫가로 내려갔다. 공놀이 하는 사람들, 호수길을 돌며 담소하는 사람들, 기념촬영 하는 사람들, 일상을 벗어난 모습들이 평화롭다. 벗들과 마음을 열고 자연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이런 시간이 언제 또 다시 올수 있을까?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보면

      톡,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이해인    가을편지  전문)

 

Leavenworth에 도착하니 마침 October Festival(시월축제)이 열리고 있는 주말이라  차량과 사람들로 넘쳐난다. 백여개가 넘는 바바리안 건축물, 독일식 소세지와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 독특한 기념품점들이 독일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듯 착각이 든다. 바바리안풍의 전통 의상을 입은 젊은이들 도 눈에 띈다. 이민 후대들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과 고유의 문화를 이어 가려는 모습이 돋보인다. 우리 후대들도 한국 고유의 문화를 잊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국적인 모습들이 축제와 더불어 관광객의 흥을 돋운다. 우리도 인파속에 묻혀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마차를 타본 분들, 기념품점을 순례한 분들, 카페에서 아이스 크림이나 커피로 우정을 쌓은 분들, 거리에서 연주하는 음악에 흠뻑 취했던 분들도 있다. 꿈같은 시간들은 흐르고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랐다.

 

  오가는 버스안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장기자랑을 펼쳤다. 노래자랑은 귀를 즐겁게 하였고 유머와 위트는 한 바탕 웃음 바다를 만들었다. 사이 사이에 삶의 철학이 묻어 나온다. 팔십세가 넘으신 분들도 몇분 계셨는데 강조 하시는 말씀들이 배움에 대한 열정 이었다. 경륜에서 나오는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배움을 향한 열정이 마음을 청춘으로 만들어 주는 특효약인 것이다. 청춘의 열정으로 오랫동안 사시기를 기원한다. 나도 배움에 대한 열정 만큼은 식지 않기를 다짐한다.

 

감사의 물결이 가슴에서 용솟음 친다. 풍성하고 즐거운 소풍을 마련 해준 교회에 감사한다. 많은  수고를 하면서 몸이 고달팠을텐데 항상 웃으며 우리를 대해준 윤 장로님과 송 사모님,윤 권사님 그외 여러분께 감사한다. 안전하게 버스를 운전해준 운전사에게 감사한다. 시간을 잘 지키고 질서 있게 행동했던 우리에게도 감사한다. 함께 먹고 함께 시간을 나누며 정을 쌓은 하루, 서먹했던 분들도 친근해졌다.

 

 가슴 한켠에 소중한 추억 한자락을 담아 온 날이다.

버스에서 내리는 눈망울속에 예쁜 단풍잎이 하나씩 들어있다.  

 

 

 

 

 

There is 1 comment.

철쭉

명시까지 담은 좋은 글 즐감하였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기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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